본문 바로가기
사람人

역사 속 ‘병역 기피’ 이야기 - 조선시대에도 군대 가기 싫었다고?

by bulddong 2025. 4. 23.

군대 가기 싫다는 말, 예전에도 있었을까요? 정답은?.... 네, 있었습니다. 아주 많았습니다. 조선 시대 실록을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한 기록이 하나 등장합니다. 군역(군 복무)을 피하려고 어떤 이들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절로 들어가 숨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숫자가 많아서, 나라에서는 전국 팔도의 관찰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이들을 다 색출해 다시 군역을 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중종실록 47권, 중종 18년 4월 23일 갑오 1번째기사 1523년 명 가정(嘉靖) 2년>

대간이 전의 일을 아뢰고, 헌부가 아뢰기를,

"지금 바야흐로 군적(軍籍)을 고치고 있는데 군역(軍役)을 모면하려는 백성 중에는 혹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산사(山寺)에 숨는 자가 허다하니, 청컨대 팔도(八道) 감사(監司)에게 글을 내려 이들을 추쇄(推刷)하여 정역(定役)166) 시키고 이름을 나열해 치계(馳啓)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중을 추쇄하는 일은 아뢴 대로 하라. 나머지는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역사 속 '병역 기피' 이야기 - 조선시대에도 군대 가기 싫었다고?

 

조선의 병역, 얼마나 힘들었길래?

조선 시대의 군역은 단순히 군대에 다녀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일정 나이가 되면 군적(군인 명단)에 올라서 지역 방어, 국경 수비, 전쟁 동원 등에 나서야 했습니다. 하지만 장비는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챙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한 번 징집되면 몇 년씩 고향을 떠나 있어야 했고, 가족들의 생계도 위태로웠습니다. 그러니 머리 깎고 스님 행세라도 해서 도망가고 싶었을 겁니다. 지금으로 치면, 출국해서 병역 면제받기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늘 ‘힘든 의무’를 피해왔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재밌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힘든 걸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에게 늘 있었다는 것.

고대 로마에서도, 중세 유럽에서도, 근대 일본에서도 비슷한 병역 기피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어떤 시대에는 귀족이 돈을 내고 병역을 면제받았고, 어떤 시대에는 가짜 병을 꾸며 병역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병역 기피는 단순한 ‘비겁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개인의 책임, 생존, 윤리의 갈림길에서 늘 존재했던 딜레마였던 셈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요즘은 병역 제도가 많이 정비되고, 다양한 대체복무제도나 복무 환경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를 보면 느낍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사람들은 언제나, 더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해왔구나.' 그리고 그런 고민 속에서도,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병역을 이행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헌신이 모여 우리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군 복무 중인 모든 분들, 그리고 복무를 앞두고 있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