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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광해군의 외교 전략에서 오늘을 읽다

by bulddong 2025. 4. 22.

광해군일기[정초본]127권, 광해 10년 윤4월 21일 기묘 6번째기사 1618년 명 만력(萬曆) 46년

 

전교하였다.

"재자관(齎咨官)이 들어갈 때 ‘우리 나라는 세 곳의 변방을 방비해야 하는 만큼 스스로 지키기에도 겨를이 없다. 훈련되지 않은 외롭고 약한 군졸을 들여보내 중국 조정을 응원하게 한들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원컨대 노야(老爺)는 우리 나라의 사정을 깊이 생각하여 울타리만 굳게 지키도록 허락해 달라. 그러면 우리 나라의 강역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세를 도우며 전후에서 응원하는 계책에 있어 혹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피폐한 병력이라도 왕사(王師)를 응원하러 보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우리 나라가 어째서 감히 이런 말을 하겠는가.’라는 내용으로 말을 잘 만들어 그에게 지시해 주고, 또 인정(人情)을 많이 지급하여 그로 하여금 마음을 다해 주선토록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비변사로 하여금 급히 서둘러 의논해 처리토록 하라."

 

광해군의 외교 전략에서 오늘을 읽다

 

 

 

역사 속으로: 광해군의 현실 외교

“우리나라는 세 곳의 변방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 스스로를 지키기도 어려우니, 조선을 중국 원정에 끌어들이지 말고 울타리만 잘 지킬 수 있게 해달라.”

이 말은 조선 광해군 시기의 외교 전략을 담고 있는 말로, 《광해군 일기》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와 후금(청나라)의 갈등 속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자 애썼습니다. 광해군은 강대국 사이에서 자칫 휘말리게 되면 나라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명)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 조선의 군사는 이미 피폐하고 훈련도 부족하다.
  • 군사를 보낸다 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오히려 국경을 잘 지키게 해주면 전후방 지원의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이렇게 광해군은 ‘현실을 직시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를 펼쳤습니다. 외교적 언변과 선물(인정)을 활용해 외교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오늘날과의 연결: 2025년 대한민국의 외교

2025년 현재,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민감한 외교 균형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반도체, 안보, 경제, 대북 정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외교적 선택이 곧 국익과 직결됩니다. 이런 가운데, 광해군이 보여준 전략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줍니다.

  • 현실 인식: 한국의 국력과 외교적 여건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 자주성 확보: 강대국 간 대립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 실리 추구: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외교적 묘수를 찾는 것.

광해군의 외교는 당시에는 ‘기회주의’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냉철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마무리

외교는 늘 ‘선택의 기술’입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 명분이 아닌 실리, 무력보다 전략. 광해군이 《광해군 일기》에서 남긴 이 한 대목은 우리가 오늘도 되새겨야 할 국가 운영의 지혜를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