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人

조선의 북방 개척과 인구 전략: 세종대왕의 4군 6진, 그리고 오늘을 말하다(세종대왕 탄신일 기념)

by bulddong 2025. 5. 15.

조선의 북방 개척과 인구 전략: 세종대왕의 4군 6진, 그리고 오늘을 말하다(세종대왕 탄신일 기념)

 

세종실록92권, 세종 23년 5월 18일 계축 4번째기사

 

의정부에서 아뢰기를,

"함길도는 국가의 근본이 되는 땅이오라 군민(軍民)의 생업을 소홀히 할 수 없사온데, 근자에 수어(戍禦)로 인하여 길주(吉州) 이남의 각 고을 정군(正軍) 1천 6백 호(戶)를 뽑아서 강변으로 입거시켰으니, 이로 말미암아 전택(田宅)이 비고 민호(民戶)가 감축되어 진실로 염려되옵니다. 하삼도(下三道)는 승평한 지가 오래 되어 인구가 번식하여서 심지어 해도(海道)에 이르기까지 모두 들어가 사오니, 바라건대 선군(船軍)을 제외하고는, 시위(侍衛)·영진속(營鎭屬)·한량(閑良)은 물론, 5정(丁) 이상 자산이 넉넉한 자 1천 6백 호를 선택하여 강변으로 옮긴 정군(正軍)의 숫자만큼 이사시키되, 경상도에서 6백 호, 전라도에서 5백 50호, 충청도에서 4백 50호를 옮겨다 채우게 하시고, 요역(徭役)을 면제하여 길이 생업을 이루게 하옵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목차

  • 세종대왕, 북방을 꿈꾸다 - 4군 6진 개척의 진짜 의미
  • 개척 이후의 딜레마 - 의정부의 고민
  • 현대적 시선 - 지금도 유효한 '균형정책'의 교훈
  • 결론 - 세종의 유산, 우리가 이어가야 할 과제

 

 

 

 

 

세종대왕, 북방을 꿈꾸다 - 4군 6진 개척의 진짜 의미

세종대왕(재위 1418~1450년)은 한글 창제, 과학기술 진흥으로 유명하지만, 국방 분야에서도 놀라운 업적을 남겼습니다. 바로 '4군 6진 개척' 입니다. 당시 조선은 북쪽으로 여진족의 지속적인 침입을 받으며 국경 방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종은 단순 방어를 넘어 적극적인 개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 4군 설치 (1433년): 자성, 무산, 회령, 경원 지역을 국경 방어선으로 정비
  • 6진 개척 (1443~1449년): 종성, 온성, 경흥, 부령, 명천, 회령까지 확장하며 두만강 유역을 확고히 조선 영토로 편입

포인트: 세종의 4군 6진 개척은 '영토 확장'보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국경 안정화'가 핵심이었습니다.

 

 

 

개척 이후의 딜레마 - 의정부의 고민

하지만 땅만 넓힌다고 나라가 지켜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북방은 혹독한 기후와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이 살기 어려웠습니다. 경작지도 부족하고, 주민들도 인구가 적었죠. 그래서 군사와 백성의 '인구 기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의정부 상소문은 바로 이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함길도는 국가의 근본이 되는 땅이오나, 수어(戍禦)로 인해 인구가 줄고 민호가 감축되어 염려됩니다."

의정부는 남쪽의 인구 과밀 지역(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사람들을 북방으로 이주시켜 국방을 유지하고, 민생도 지켜야 한다고 아뢴 것입니다. 이는 세종의 4군 6진 개척이 남긴 과제를 해결하려는 후속 대응이었던 것입니다.

 

 

 

 

현대적 시선 - 지금도 유효한 '균형 정책'의 교훈

이 사례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15세기 조선 21세기 대한민국
국경지역(함경도)의 인구 부족 문제 농어촌, 접경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
수도권 외 남부 지방 인구 재배치 수도권 집중 해소 및 지역 균형 발전
강제 이주 vs 자발적 이주 지원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지원 정책
국방과 민생의 균형 유지 국토 균형 발전과 안보 전략의 저화
 

핵심 통찰: 땅을 지키는 건 군대만으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살아야 국토도 국경도 유지됩니다. 이를 위한 인구 전략, 균형 발전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조선도, 오늘날 우리도 겪고 있는 것입니다.

 

 

 

4. 결론 - 세종의 유산, 우리가 이어가야 할 과제

세종대왕의 4군 6진 개척은 '사람 중심의 국토 전략'이었습니다. 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땅에서 살아가는 백성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이고도 인본주의적 정책이었죠. 그리고 의정부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현실적 대응책(인구 재배치)을 고민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 지방 소멸, 농어촌 인구 감소
  • 수도권 집중, 지역 균형 발전
  • 접경 지역(강원, DMZ 인근)의 생존 전략

역사는 반복되지만, 답도 반복됩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